얼마 전 한국에서 열린 스톤아일랜드(Stone Island) 토크쇼에 다녀왔습니다. 솔직히 한 시간짜리 브랜드 찬양이겠거니 했는데, 의외로 이 회사가 어떤 생각으로 움직이는지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자리였어요. 정신 차려 보니 메모를 하고 있더군요. 기왕 적은 김에 정리해 둡니다.
검색하다 들어오신 분들을 위해 먼저 답하자면, 스톤아일랜드는 한국 브랜드가 아닙니다. 1982년 마시모 오스티가 세운 이탈리아 브랜드이고, 2021년부터는 몽클레르 그룹에 속해 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오래 사랑받아 온 건 맞습니다. 연사들 말로는 한국에 들어온 지 25년이 됐다고 하더군요.

배지가 거의 모든 걸 말해줍니다
패션계에서 스톤아일랜드 배지에 견줄 만한 모티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도 그걸 잘 알고 있고요. 처음 알게 된 사실 하나. 배지는 심장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마케팅 멘트처럼 들리지만, 디자이너가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하니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탈착식이라 조용히 입고 싶은 날엔 떼면 됩니다.
이 배지는 사실상 회원증에 가깝습니다. 스톤아일랜드를 입는다는 건 옷을 입는다기보다 어떤 모임에 들어가는 일이죠. 소속감이 먼저고 재킷은 그다음. 이 브랜드는 그렇게 굴러갑니다.


듣고 나서야 보인 디테일
남자는 재킷을 입어볼 때 주머니부터 확인하고 그다음에 거울을 본다고 합니다. 스톤아일랜드는 정확히 그 순서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다는군요. 저도 평생 그 순서로 해 왔으면서 한 번도 의식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핏은 여성이 입어도 잘 떨어지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젠더 뉴트럴이 유행어가 되기 전부터 말이 아니라 옷으로 해 온 브랜드이기도 하고요.
그날 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밀라노의 한 컬렉터가 보낸 편지 이야기였습니다. 스톤아일랜드 컬렉션을 팔아서 대학 학비를 댔다고 하더군요. 한국과의 인연도 생각보다 깊었습니다. 들어온 지 25년이 됐고, 연사들이 한국 컬렉터들을 고객이 아니라 친구로 이야기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음악, 오페라, 축구까지, 이탈리아와 한국이 문화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의외로 많다는 게 브랜드 쪽 설명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원단
브랜드 이름은 책에 자주 나오는 단어에서 가져온 stone과 island 두 개라고 합니다. 시장조사도 없고 고민도 없었다네요. 이 담백함이 꽤 마음에 듭니다.
디자인은 한 명의 천재가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모인 팀이 함께 만듭니다. 다만 이야기가 계속 되돌아가는 지점은 원단이었습니다. 조성, 염색이 잘 되는지, 어떤 가공이 가능한지, 신축성은 어떤지. 본인들 표현으로는 “진짜 연구"를 한다고 합니다. 실험하고, 실패하고, 가끔은 그 실패가 다음 시즌의 성공이 되는 식이죠. 다음 연구 방향은 환경이라고 합니다. 재활용 소재, 그리고 물 사용량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

제 결론은 심심합니다. 소재에 끝까지 집착하고, 아이덴티티는 지루할 만큼 바꾸지 않고, 그걸 수십 년 계속하는 것. 재킷에 통하는 방식인데, 소프트웨어에도 통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