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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ne Island 토크쇼에서 듣고 온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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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덕
작성자
인재덕
서울에 거주하는 리더 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얼마 전 한국에서 열린 Stone Island 토크쇼에 다녀왔습니다. 솔직히 한 시간짜리 브랜드 찬양이겠거니 했는데, 의외로 이 회사가 어떤 생각으로 움직이는지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자리였어요. 정신 차려 보니 메모를 하고 있더군요. 기왕 적은 김에 정리해 둡니다.

Stone Island 전면

배지가 거의 모든 걸 말해줍니다

패션계에서 Stone Island 배지에 견줄 만한 모티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도 그걸 잘 알고 있고요. 처음 알게 된 사실 하나. 배지는 심장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마케팅 멘트처럼 들리지만, 디자이너가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하니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탈착식이라 조용히 입고 싶은 날엔 떼면 됩니다.

이 배지는 사실상 회원증에 가깝습니다. Stone Island를 입는다는 건 옷을 입는다기보다 어떤 모임에 들어가는 일이죠. 소속감이 먼저고 재킷은 그다음. 이 브랜드는 그렇게 굴러갑니다.

Stone Island 전면

Stone Island 전면

듣고 나서야 보인 디테일

남자는 재킷을 입어볼 때 주머니부터 확인하고 그다음에 거울을 본다고 합니다. Stone Island는 정확히 그 순서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다는군요. 저도 평생 그 순서로 해 왔으면서 한 번도 의식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핏은 여성이 입어도 잘 떨어지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젠더 뉴트럴이 유행어가 되기 전부터 말이 아니라 옷으로 해 온 브랜드이기도 하고요.

그날 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밀라노의 한 컬렉터가 보낸 편지 이야기였습니다. Stone Island 컬렉션을 팔아서 대학 학비를 댔다고 하더군요. 한국과의 인연도 생각보다 깊었습니다. 들어온 지 25년이 됐고, 연사들이 한국 컬렉터들을 고객이 아니라 친구로 이야기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음악, 오페라, 축구까지, 이탈리아와 한국이 문화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의외로 많다는 게 브랜드 쪽 설명이었습니다.

Stone Island 전면

무엇보다 원단

브랜드 이름은 책에 자주 나오는 단어에서 가져온 stone과 island 두 개라고 합니다. 시장조사도 없고 고민도 없었다네요. 이 담백함이 꽤 마음에 듭니다.

디자인은 한 명의 천재가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모인 팀이 함께 만듭니다. 다만 이야기가 계속 되돌아가는 지점은 원단이었습니다. 조성, 염색이 잘 되는지, 어떤 가공이 가능한지, 신축성은 어떤지. 본인들 표현으로는 “진짜 연구"를 한다고 합니다. 실험하고, 실패하고, 가끔은 그 실패가 다음 시즌의 성공이 되는 식이죠. 다음 연구 방향은 환경이라고 합니다. 재활용 소재, 그리고 물 사용량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

Stone Island 회장과 함께

제 결론은 심심합니다. 소재에 끝까지 집착하고, 아이덴티티는 지루할 만큼 바꾸지 않고, 그걸 수십 년 계속하는 것. 재킷에 통하는 방식인데, 소프트웨어에도 통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