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러빌리티(desirability)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얼마나 원하는지를 말합니다. 꼭 필요한지와는 별개로, 그것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죠. 디자이러블한 것은 가질 만하고 원할 만한 것이고, 더 싸거나 더 편한 대안이 있어도 사람들은 그걸 고르고, 돈을 내고, 기다립니다. 제품 디자인에서는 이 말의 뜻이 좀 더 좁습니다. 제품 아이디어가 통과해야 하는 세 가지 시험 중 하나이고, 나머지 둘은 실현 가능성(feasibility, 만들 수 있는가?)과 사업성(viability, 사업으로 지속될 수 있는가?)입니다. 디자이러빌리티는 그 제품이 겨냥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그걸 원하는지를 묻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걸 갖고 싶어 할까요? 생각보다 이 질문을 자주 붙잡고 삽니다. 이 글을 처음 쓸 때 저는 사람들이 하루 종일 화장품 이야기를 나누는 플랫폼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거의 똑같은 두 제품 중 하나는 다들 탐내고 하나는 외면당하는 이유가 사실상 사업의 전부였습니다. 취향은 물론 개인적이지만, 그 밑에 깔린 패턴은 놀랄 만큼 일관됩니다.
디자이러빌리티, 실현 가능성, 사업성#
이 세 가지 렌즈는 디자인 씽킹에서 나온 것이고, 지금은 제품 팀이 아이디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에 점검하는 흔한 방법이 됐습니다. 쓸모 있는 부분은 셋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실패한다는 점입니다. 만들 수 있고 사업성도 있는데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제품은 스타트업의 전형적인 실패입니다. 잘 만들었고 가격도 합리적인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죠. 다들 원하는데 만들 수가 없거나 돈을 못 버는 제품은, 적어도 실패할 이유가 미리 보이기라도 합니다.
팀이 가장 자주 건너뛰는 게 디자이러빌리티입니다. 측정하기는 가장 어렵고, 당연히 있다고 가정하기는 가장 쉬우니까요. 팀원들은 이미 자기가 만드는 걸 원합니다. 그건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습니다.
이 글의 나머지는 디자이러빌리티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확인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단 제 역할을 해야 하고, 계속 해야 한다#
갖고 싶다는 마음은 대개 소박한 쓸모에서 출발합니다. 정말로 10분을 아껴 주는 주방 도구, 그냥 끊기지 않고 연결해 주는 스마트폰 같은 것들이요. 하지만 쓸모만으로는 “괜찮네” 정도에서 멈춥니다. 사람들이 진짜 탐내는 물건은 제 역할을 탁월하게 해내고, 그걸 오래 지속합니다. 구매품을 ‘지키고 싶은 소유물’로 바꾸는 건 품질과 내구성입니다. 클래식 카라든가, 주인보다 오래 사는 칼처럼요. 곧 망가질 것 같은 물건을 갈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뭔가를 느끼게 해야 한다#
미적인 매력은 우리가 인정하고 싶은 것보다 훨씬 세게 작용합니다. 스포츠카의 라인이나 잘 플레이팅된 요리는 이성이 끼어들기 전에 우리를 먼저 사로잡죠. 그리고 가장 강한 욕망은 감정에서 나옵니다. 기쁨, 향수, 소속감. 너덜너덜해진 어린 시절 장난감은 실용성 시험에서는 전부 낙제인데도 도저히 못 버립니다. 개인화도 같은 본능을 건드립니다. 나에게 맞춰진 물건은 기성품이 절대 줄 수 없는 ‘내 것’이라는 감각을 줍니다.
생각보다 많은 걸 남들이 정한다#
갖고 싶은 마음의 일부는 사회적으로 만들어집니다. 트렌드, 주변의 인정, 문화적 규범이 우리의 욕망을 조용히 조종하죠. 희소성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정판, 희귀한 보석, 단 하나뿐인 물건. 희소하다는 건 “이걸 원하는 것만으로 작은 클럽에 속하게 된다"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평판이 이 모든 걸 증폭합니다. 호평 일색인 리뷰와 입소문은 그걸 원해도 안전하다는 확신을 주니까요. 그 화장품 플랫폼에서 저는 이 루프가 돌아가는 걸 하루도 빠짐없이 지켜봤습니다. 다들 좋아하는 리뷰어 한 명, 소량만 나온 제품 하나, 그리고 일주일 뒤면 품절이었죠.
그래도 계산은 맞아야 한다#
가격이 욕망을 죽이지는 않습니다. 밑지는 거래라는 느낌이 죽이죠. 사람들은 럭셔리에는 기꺼이 웃돈을 내면서도, 힘들게 번 돈이 아깝다 싶은 것에서는 미련 없이 돌아섭니다. 그리고 요즘은 가치관도 같은 계산식 안에 들어왔습니다. 지속가능하게, 윤리적으로 만들어졌는지가 많은 사람들의 위시리스트 순위를 올리고 내립니다. 저도 그중 하나고요.
갖고 싶은 제품인지 검증하는 법#
디자이러빌리티의 함정은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봐서는 소용이 없다는 겁니다. “이거 쓰시겠어요?“라고 물으면 거의 모두가 예의 바르게 “네"라고 합니다. 네라고 하는 데는 아무 비용이 안 드니까요. 효과가 있는 테스트는 전부 시간, 돈, 이메일 주소, 습관 같은 걸 내놓으라고 요청하고, 사람들이 실제로 내놓는지 지켜보는 방식입니다.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물으세요. “이 문제를 마지막으로 겪었을 때 얘기를 해 주세요. 그때 어떻게 하셨어요?“라고 물으면 실제 행동이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겪은 때를 아무도 기억 못 한다면, 그 문제는 해결책을 원할 만큼 아프지 않은 겁니다.
가짜 문(fake door)을 세우세요. 아직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의 랜딩 페이지나 기존 제품 안의 버튼을 만들어 두고, 몇 명이 클릭해 들어오는지, 이메일을 남기는지 셉니다. 살짝 얌체 같은 느낌이 들지만, 이만큼 싸면서도 정직한 신호는 없습니다. 문 너머에서는 곧 나온다고 솔직하게 알려 주세요.
약속을 요청하세요. 대기자 명단은 약한 신호고, 사전 주문이나 예약금은 강한 신호입니다. 사람들은 아무거나 가입은 해도, 돈은 원하는 것에만 냅니다.
이미 쓰고 있는 제품이라면, 더 이상 못 쓰게 되면 기분이 어떨지 물어보세요. 제품 쪽에서 흔히 쓰는 경험칙으로, 사용자의 40% 정도가 “매우 실망할 것"이라고 답하면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걸 만든 겁니다. 거친 지표이긴 하지만, 마음에 드냐고 묻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하는 말보다 하는 행동을 보세요. 어떤 기능을 두 번째로 쓰는지, 알림이 없어도 다시 찾아오는 기능이 뭔지, 고장 났을 때 무엇에 대해 불평하는지. 여기서 불평은 과소평가되어 있습니다. 원하지도 않던 걸 잃었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하나로 모아 보면#
이 요소들 중 어느 하나만으로 제품이 서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가 겹치면, 그러니까 정말 쓸모 있고, 잘 만들어졌고, 보기 좋고, 약간 구하기 어렵고, 믿을 만한 사람들이 보증까지 해 준다면, 사람들이 줄 서는 물건이 됩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마케팅의 몫입니다.
정리하면#
디자이러빌리티는 필요와 별개로 사람들이 무언가를 얼마나 원하는지입니다. 제품 관점에서는 실현 가능성, 사업성과 나란히 놓이는 “사람들이 이걸 원하는가?“라는 렌즈입니다. 오래가는 쓸모, 감정적이거나 미적인 끌림, 사회적 증거와 희소성, 그리고 합당하다고 느껴지는 가격에서 나옵니다. 써 보겠냐고 물어서는 찾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뭔가를 내놓으라고 요청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보면서 검증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