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페르소나는 전형적인 사용자 한 명을 리서치에 근거해 짧게 정리한 프로필입니다.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에서 프로덕트를 쓰는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무엇에 답답해하는지, 평소에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담죠. 팀이 페르소나를 몇 개 써 두면 ‘사용자’가 ‘마침 회의실에 있는 사람’을 뜻하지 않게 됩니다. 다만 페르소나는 그 뒤에 있는 리서치만큼만 쓸모가 있습니다. 회의실에서 지어낸 페르소나는 내 가정에 스톡 사진 한 장 붙인 것에 불과하고, 사용자가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일수록 이 차이가 커집니다.
저는 서울에서 일하는 뉴질랜드 출신 개발자이고, 제가 만드는 프로덕트는 스킨케어와 화장품에 진심인 사람들의 커뮤니티입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제 스킨케어 루틴은 컨디션 좋은 날 선크림 바르는 정도죠. 그러다 보니 “사용자가 뭘 원하는가"에 대한 제 직감은,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웠을 만큼 자주 빗나갑니다.
나와 필요도, 배경도, 취향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만들고 있다면, 내 감부터가 이미 어긋나 있습니다. 제가 그 대책으로 하고 있는 것들을 적어 봅니다.
직감보다 리서치#
감이 엉뚱한 사용자에 맞춰 튜닝돼 있다면, 고치는 방법은 진짜 사용자와 접촉하는 것뿐입니다. 설문과 인터뷰는 원재료를 줍니다. 열린 질문을 던지고 입을 다물고 있으면, 사람들은 뭐가 답답한지 정확히 말해 줍니다. 사용자들이 이미 모여 있는 포럼과 커뮤니티에 눈팅하러 가는 건 더 싸게 먹히는 방법이고요. 거기서 오가는 일상적인 불평과 열광이 어떤 워크숍보다 많은 걸 알려줍니다. 기존 보고서나 연구 자료는 보조 수단입니다. 내가 발견한 패턴이 진짜인지, 아니면 목소리 큰 세 명의 의견일 뿐인지 확인하는 데 주로 씁니다.
페르소나 예시#
앞에서 말한 것 같은 커뮤니티 앱이라면, 리서치 결과를 이런 모양으로 정리합니다. 민지는 이 글을 위해 만든 가상의 인물입니다. 진짜 페르소나는 인터뷰와 커뮤니티 관찰에서 그대로 나와야 합니다.
| 페르소나 예시 | 민지, 29세 |
|---|---|
| 상황 | 서울의 회사원. 예민한 복합성 피부. 출퇴근길에 커뮤니티를 둘러보고, 리뷰는 한 달에 한 번쯤 올린다. |
| 목표 | 피부가 뒤집어지지 않는 제품을 찾고 싶다. 새 세럼이 값어치를 하는지 사기 전에 판단하고 싶다. |
| 불편한 점 | 읽고 보니 협찬이었던 리뷰, 피부 타입이 전혀 다른 사람의 리뷰, 쓸 만한 답 하나가 묻혀 있는 긴 스레드. |
| 프로덕트에 바라는 것 | 피부 타입과 고민별로 거를 수 있는 리뷰, 협찬 글이라는 분명한 표시, 나와 비슷한 피부를 가진 사람에게 빠르게 물어볼 방법. |
페르소나는 백로그로 이어질 때 비로소 제값을 합니다. 목표나 불편한 점 하나하나를 익숙한 “~로서, ~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기 때문이다” 형태의 사용자 스토리로 옮기는 거죠. 예를 들면 “민감성 피부를 가진 사용자로서, 피부 타입으로 리뷰를 거르고 싶다. 내 피부와 비슷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의 후기만 읽고 싶기 때문이다.” 어느 페르소나로도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 스토리가 있다면, 그게 정말 누구를 위한 건지 한 번쯤 물어볼 만합니다.
머릿속에 들어간 다음, 일상 속으로#
공감 지도라고 하면 컨설팅 회사의 쇼처럼 들리죠. 하지만 페르소나가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말하고, 행동하는지 적어 보는 작업은, 내가 어디서 내 취향을 투영하고 있었는지 알아차리게 해 줍니다. 포스트잇이 핵심이 아니라, ‘멋대로 가정하던 나’를 붙잡는 게 핵심입니다.
더 강력한 버전은 몰입입니다. 사용자들이 쓰는 제품을 써 보고, 그들이 보는 콘텐츠를 보고, 그들이 가는 곳에 가 보는 거죠. 우리 사용자들이 이야기하는 루틴을 실제로 따라해 본 경험이, 프로덕트가 뭘 설명해 줘야 하는지에 대해 어떤 기획 문서보다 많은 걸 가르쳐 줬습니다.
프로토타입, 테스트, 경청, 반복#
아무리 리서치를 해도 프로토타입과의 첫 만남은 버텨내지 못합니다. 그러니 테스트 가능한 가장 작은 버전을 만들어 실제 타깃 사용자 앞에 놓고, 그들의 혼란을 “잘못 쓰고 있네"가 아니라 데이터로 취급해야 합니다. 출시 후에도 제대로 된 피드백 채널을 열어 두고요. 이해는 한 번으로 끝나는 성취가 아니거든요. 사용자층은 바뀌고, 트렌드는 움직이고, 작년의 통찰은 조용히 유통기한이 지납니다. 이 루프에는 끝이 없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더 잘 보정된 눈을 빌리기#
혼자서는 못 메우는 간극도 있습니다. 타깃 그룹에 실제로 속한 동료는 내 눈에는 평생 안 보일 것들을 짚어 줍니다. 저는 그런 동료들에게 늘 기대고 있고요. 나와 사용자 사이의 간극이 실금이 아니라 협곡 수준이라면, 채용으로 풀어야 합니다. 컨설턴트도 방법이지만, 그보다는 본인이 곧 사용자인 팀원이 훨씬 낫습니다.
이 모든 것의 바탕에는 규율이 하나 있습니다. 목표는 그들에게 와닿는 걸 만드는 것이지, 내 마음에 드는 걸 만드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저는 지금도 방심하면 저를 위해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리서치도, 테스트도, 빌려온 눈도 결국 그걸 일찍 잡아내기 위한 장치일 뿐이에요. 이걸 꾸준히 하면, 실제로 쓰는 사람들에게 통하는 프로덕트가 나옵니다. 애초에 그게 목적이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