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valence, 심리학에서는 ‘정서가’라고도 합니다)는 어떤 감정이 얼마나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나타냅니다. 한쪽 끝은 유쾌, 반대쪽 끝은 불쾌입니다. 기쁨이나 경외감은 감정가가 긍정적이고, 분노나 두려움, 슬픔은 부정적이죠.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같은 말을 메시지 자체에 씁니다. 감정가가 긍정적인 콘텐츠는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고, 부정적인 콘텐츠는 기분 나쁘게 한다는 뜻입니다.
감정가와 늘 짝으로 나오는 게 각성(arousal)입니다. 그 감정이 사람을 얼마나 활성화하는지, 차분하고 늘어진 상태부터 잔뜩 흥분한 상태까지의 정도를 말합니다. 심리학에서는 감정을 이 두 축 위에 함께 놓고 보는 경우가 많은데, 거슬러 올라가면 제임스 러셀의 정서 원형 모델(circumplex model of affect, 1980)이 출발점입니다. 신남은 유쾌하고 각성이 높고, 만족은 유쾌하고 각성이 낮고, 분노는 불쾌하고 각성이 높고, 슬픔은 불쾌하고 각성이 낮은 식이죠. 그리고 콘텐츠를 공유하게 만들고 싶다면, 두 번째 축이 첫 번째 축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콘텐츠 플랫폼에서 일하다 보면 묘한 복권 추첨을 맨 앞줄에서 구경하게 됩니다. 비슷한 완성도의 게시물 두 개가 올라갔는데, 하나는 조용히 묻히고 하나는 터지죠. 이 차이를 설명하는 데 가장 근접한 답은 콘텐츠가 띠고 있는 감정입니다. 어느 방향으로 끌어당기는지(감정가: 긍정·부정·중립), 그리고 얼마나 세게 끌어당기는지(각성)요.
긍정, 부정, 중립#
긍정적인 콘텐츠는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듭니다. 훈훈한 사연, 실없는 밈, 밝은 뉴스 같은 것들이요. 공유하는 행위 자체가 작은 선물이 되기 때문에, 일상에 지친 사람들 사이에서 잘 퍼집니다. 더 의외였던 건 부정적 감정가의 위력입니다. 분노, 불안, 혐오는 강력한 확산 엔진이라서, 부조리나 논란 인물, 사회 문제에 관한 이야기는 “알려야 한다”, “같이 분노해 달라"는 동기로 계속 공유됩니다. 그리고 중립 콘텐츠가 있습니다. 감정을 크게 흔들진 않지만 순수한 가치로 공유를 얻는 유형이죠. 정말 신기한 사실, 새로운 발견, 실제 문제를 해결해 주는 튜토리얼 같은 것들입니다.
퍼지는 건 결국 ‘각성’#
전체를 관통하는 패턴은 하나입니다. 감정이 강할수록 댓글, 좋아요, 공유가 늘어납니다. 은은하게 기분 좋은 게시물은 부아가 치미는 게시물에 거의 매번 집니다. 그게 인간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해 주는지는 별개의 문제고요.
이 감에는 꽤 괜찮은 연구가 뒷받침돼 있고, 내용은 “강할수록 좋다"보다 한결 정교합니다. 조나 버거(Jonah Berger)와 캐서린 밀크먼(Katherine Milkman)은 석 달 동안 게재된 뉴욕타임스 기사 약 7,000건을 놓고, 어떤 기사가 ‘가장 많이 이메일로 공유된 기사’ 목록에 올랐는지 분석했습니다(“What Makes Online Content Viral?”,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2012). 긍정적인 기사가 부정적인 기사보다 더 많이 공유됐으니 감정가도 분명 영향을 줬습니다. 하지만 각성의 영향이 더 컸습니다. 긍정(경외감)이든 부정(분노, 불안)이든 각성이 높은 감정을 일으키는 기사는 목록에 오를 가능성이 높았고, 각성이 낮은 감정인 슬픔을 일으키는 기사는 오히려 가능성이 낮았습니다. 기사가 얼마나 놀랍고 흥미롭고 유용한지, 사이트에서 얼마나 눈에 띄는 자리에 걸렸는지를 통제해도 결과는 같았고, 실험에서도 같은 방향이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세기’라고 부르던 건 사실 각성이었던 셈입니다. 슬픔은 깊이 느껴져도 잘 퍼지지 않습니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기보다 멈춰 서게 만드는, 비활성화 쪽의 감정이니까요.
감정가와 각성의 조합, 예시로 보기#
| 각성 높음 | 각성 낮음 | |
|---|---|---|
| 긍정적 감정가 | 경외감, 신남, 재미: 입이 떡 벌어지는 발견, 소리 내 웃게 되는 밈, 약자의 역전승 | 만족, 평온, 안도: 잔잔한 루틴 영상, 친절한 사용법 안내, 예쁜 사진 |
| 부정적 감정가 | 분노, 불안, 공분: 부조리 고발, 사기 주의보, 뜨거운 논쟁 | 슬픔, 지루함, 실망: 무거운 부고, 우울한 트렌드 기사 |
버거와 밀크먼의 결과대로라면 공유는 대부분 각성이 높은 열에서 나오고, 오른쪽 아래 ‘부정적이면서 각성이 낮은’ 칸은 게시물이 조용히 사라지는 곳입니다.
잘 터지는 콘텐츠 유형#
출발선부터 유리한 콘텐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논쟁적인 주제. 사람들은 동의하려고도, 반박하려고도 공유하기 때문에 의견이 갈리는 주제는 빠르게 퍼집니다. 공통 경험에 기댄 유머도 그렇습니다. 커뮤니티 전체가 동시에 알아듣는 ‘내부 농담’의 힘은 무시 못 하죠. 평범한 사람이 힘든 일을 견뎌내는 휴먼 스토리는 언제나 강합니다. 시류에 올라타는 것도 유효한데, 재탕된 의견이 아니라 정말 새로운 관점이 있을 때 얘기입니다. 마지막으로 퀴즈, 투표, 챌린지 같은 참여형 콘텐츠. 참여한 순간 공유까지는 반 발짝 남은 셈이니까요.
이걸 다 합쳐도 공식은 되지 않고, ‘바이럴 공식’을 파는 사람은 일단 의심하는 편입니다. 다만 변수 하나에만 걸어야 한다면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사람을 들끓게 하는 콘텐츠는, 차분하게만 만드는 콘텐츠를 매주 꾸준히 이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