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같이 일하면서 “이 사람 진짜 괜찮다” 싶었던 매니저들에게는 공통된 습관이 하나 있었습니다. 모르는 걸 물어보면 얼버무리지 않고 그냥 “모르겠는데요"라고 말하는 겁니다. 애매하게 둘러대는 것도 없이, 딱 한마디. “모르겠으니 알아봅시다.”
요즘 이 생각을 자주 하는 이유는 제가 직접 프로젝트를 리드하는 입장이 되면서 얼버무리고 싶은 유혹이 뭔지 몸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회의에서 질문을 받고 다섯 명이 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모르겠습니다"라고 하면 지는 기분이 들죠. 그런데 사실은 반대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게 가장 강한 수입니다.
아는 척은 반드시 들킨다#
소프트웨어는 변화가 너무 빨라서 모든 걸 머릿속에 담아둘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리고 엔지니어들은 아는 척을 놀라울 만큼 잘 알아챕니다. 한 번이라도 아는 척하다 들키면, 팀은 그다음부터 진짜 답까지 깎아서 듣기 시작합니다. 반대로 모르는 걸 인정하고 그 구멍을 직접 메우러 가는 매니저의 말은 신뢰를 얻습니다. 진짜 답인지 아닌지, 다들 듣고 구분할 줄 알거든요.
“모르겠습니다"는 답이 아니라 출발점#
중요한 건 그다음입니다. “모르겠습니다"에서 끝나면 그냥 떠넘기기죠. 좋은 매니저는 거기서부터 더 나은 질문을 만들어 갑니다. “지금 쓰는 것과 비교하면 어떤가”, “이 전제가 틀리면 뭐가 깨지는가.” 그리고 그 질문을 맞는 사람에게 던집니다. 어느 팀에나 데이터베이스에 사는 것 같은 사람, 프론트엔드의 골치 아픈 엣지 케이스를 다 꿰고 있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모든 걸 직접 알 필요는 없습니다. 누가 아는지 파악하고, 실제로 물어보러 가면 됩니다.
의사결정의 질이 올라간다#
소프트웨어에서 내린 결정은 오래 남습니다. 그래서 “여기는 확신이 있고, 여기는 추측이다"를 솔직하게 구분하는 게 값어치를 합니다. 모르는 부분을 미리 인정해 두면 결정한 뒤가 아니라 결정하기 전에 부족한 정보를 모을 수 있고, 반대 의견이 있는 사람도 목소리를 내기 쉬워집니다. 그게 사실 가장 들어야 하는 목소리고요. 결정했으면 이유를 설명하고, 틀렸으면 그것도 인정합니다. 매니저가 자기 실수를 인정 못 하는 팀만큼 솔직함이 빨리 죽는 곳도 없습니다.
어려운 얘기가 아닙니다. 질문하고, 나보다 잘 아는 사람 말을 듣고(나보다 잘 아는 사람은 언제나 있습니다), 추측으로 말할 때는 추측이라고 말하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모르겠지만 알아보겠습니다"라는 한마디가, 얼버무리며 넘긴 그 어떤 답변보다 제 신용을 더 많이 쌓아 줬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