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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럼 마스터는 결과보다 프로세스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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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덕
작성자
인재덕
서울에 거주하는 리더 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지금까지 겪은 최악의 회고들은 모두 같은 모양이었습니다. 스프린트 골을 놓쳤고, 그래서 한 시간 내내 “왜 못 했나” 청문회가 열리는 식이죠. 반대로 가장 좋았던 회고에서는 골 얘기가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일했는지, 뭐가 발목을 잡았는지, 다음엔 뭘 바꿔볼지를 이야기했습니다. 이 차이가 바로 “결과에 얽매이지 않는 마인드셋"이라는 것이고, 직접 스프린트를 꽤 돌려본 지금은 이게 스크럼 마스터에게 가장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해두자면, 결과는 당연히 중요합니다. 프로세스만 그럴듯하고 아무것도 출시 못 하는 팀에 월급을 주는 회사는 없죠. 다만 스프린트를 완수하는 건 팀의 일입니다. 스크럼 마스터의 일은 스프린트를 만들어내는 기계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고요. 이 둘은 다른 일인데, 여기가 섞이는 순간부터 제가 본 스크럼의 부작용 대부분이 시작됐습니다.

결과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으면 달라지는 것들

우선 팀이 진짜로 주인의식을 가질 공간이 생깁니다. 스크럼은 자기조직화 팀이 전제인데, 결과 하나하나에 조바심 내는 스크럼 마스터는 어느새 의사결정에 손을 넣고 있습니다. 그러면 팀은 “결정은 우리 몫이 아니구나"를 금방 학습하죠. 프로세스에 무게를 두면 팀원들이 실험하고, 가끔 틀린 판단도 해보고, 거기서 배우게 둘 수 있습니다. 주인의식은 그렇게밖에 안 자랍니다.

회고도 솔직해집니다. 회의실의 질문이 “왜 숫자를 못 맞췄나"면 진짜 답은 숨어 버립니다. “뭐가 우릴 느리게 했고, 다음엔 뭘 시도할까"면 다들 입을 엽니다. 스프린트 중간에 터지는 장애물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과에 집착하는 스크럼 마스터는 마감 걱정에 허둥대지만, 프로세스에 집중하는 사람은 그냥 묵묵히 블로커를 치우러 갑니다.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도 한결 차분해집니다. 들려줄 이야기가 번다운 차트뿐이면 작은 흔들림도 전부 실패처럼 보입니다. 팀이 뭘 배웠고 어떻게 적응해 왔는지도 이야기할 수 있으면 기대치가 훨씬 현실적으로 잡히고, 스프린트 중간에 팀한테 떨어질 압박도 상당 부분 밖에서 막아줄 수 있게 됩니다.

이미 어떤 결과에 집착하고 있다면

말이야 쉽죠. 특정 결과에 깊이 몰입해 있을 때 “프로세스에 집중하세요"라는 말은 액자 속 명언처럼 들립니다.

실제로 도움이 됐던 것 몇 가지만 적어 봅니다. 첫째, 결과를 신경 쓰는 자신을 탓하지 않기. 뭔가를 바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아닌 척해봐야 오래 못 갑니다. 둘째, 결과 목표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프로세스 목표로 번역하기. “대회에서 우승한다"가 아니라 “매일 30분 연습한다"로요. 릴리스가 잘 먹힐지는 통제할 수 없지만, 리뷰와 테스트를 거치고 일찍 데모했는지는 통제할 수 있습니다. 셋째, 집착에 연료를 대는 게 뭔지 알아차리기. 대시보드나 주가를 하루에 열 번씩 새로고침하고 있다면, 확인할 시간을 정해두고 그 외엔 안 보는 겁니다. 그리고 중간의 작은 성과도 꼭 챙겨서 축하하세요. 내버려 두면 저 멀리 있는 목표가 주의력을 전부 잡아먹습니다. 만약 집착 때문에 잠을 설치고 일상이 흔들릴 정도라면 전문가와 상담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결과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다만 결과를 꾸준히 내는 팀에는, “무엇을"만이 아니라 “어떻게"를 챙기는 사람이 반드시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