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1. 포스트/

정말로 정착하는 팀 규범 만들기

· loading · loading ·
인재덕
작성자
인재덕
서울에 거주하는 리더 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개발팀을 맡은 지 몇 달이 지나면서 알게 된 게 하나 있습니다. 제가 매일 다루는 마찰의 대부분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코드 리뷰는 얼마나 빨리 돌려줘야 하는지, “완료"는 어디까지를 말하는지, 슬랙에서 두 번째 핑을 보내는 게 무례한 건지. 누구도 틀리지 않았어요. 그냥 규칙을 정한 적이 없었을 뿐이죠.

이 문제의 해결책에는 팀 규범이라는 재미없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Center for Creative Leadership은 “팀원들의 상호작용을 형성하는 규칙 또는 운영 원칙의 집합"이라고 정의하는데, HR 서류 작업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다들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을 글로 적어두는 일일 뿐입니다.

저를 설득한 연구
#

Google의 Project Aristotle은 사내 180여 개 팀을 조사해서 좋은 팀은 뭐가 다른지 알아내려 했습니다.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팀에 누가 있는지보다 팀이 어떻게 함께 일하는지가 훨씬 중요했다는 겁니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들을 모아도 일하는 방식에 대한 합의가 엉망이면 평범한 결과밖에 안 나옵니다.

이 연구는 강한 팀을 구분 짓는 다섯 가지 요소를 찾아냈습니다. 심리적 안전감, 신뢰성, 구조와 명확성, 의미, 영향력. 그중에서도 심리적 안전감이 제일 큰 역할을 했습니다. 바보 같은 질문을 해도, 실수를 인정해도 손해 보지 않는다는 느낌 말이죠. 여기에 붙는 숫자들은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성과 분산의 43%를 설명하고, 생산성 19% 향상, 혁신 31% 증가, 이직률 27% 감소.

이 목록에서 마음에 드는 점은, 다섯 가지 중 어느 것도 타고나는 성격이 아니라는 겁니다. 전부 팀이 의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이고, 그걸 만드는 도구가 바로 규범입니다.

일상에서 규범은 이런 모습입니다
#

회의부터 시작하는 게 제일 쉽습니다. 나쁜 습관이 눈에 잘 보이거든요. 안건은 미리 공유하고, 정시에 시작해서 정시에 끝내고, 반박하기 전에 상대방 말을 먼저 요약합니다. 저는 안건 없으면 회의도 없다는 단호한 버전을 좋아합니다.

커뮤니케이션 규범은 더 중요하지만 눈에 덜 띕니다. 제 원칙은 이렇습니다. 애매하면 과하다 싶을 만큼 공유하고, 결정 사항은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곳에 기록하고, 회의를 유일한 채널로 두지 않는다. 여덟 명이 모인 자리에서 절대 입을 안 여는 사람이 꼭 있으니, 그런 분들에게는 직접 찾아가 물어봅니다. 다양한 관점을 가진 팀이 동질적인 팀을 이긴다는 연구는 많지만, 그 관점이 실제로 입 밖에 나왔을 때 얘기입니다.

의견 충돌이 생기면 일단 선의를 가정하고, 사람이 아니라 문제와 싸우고, 상대가 내세우는 입장이 아니라 실제로 필요한 게 뭔지 파고듭니다. 도저히 안 끝나는 싸움은 중립적인 제3자에게 맡깁니다.

관료주의로 만들지 않고 규범 정하기
#

CCL이 추천하는 방식은 이론이 아니라 경험에서 출발하는데, 저도 이쪽이 맞다고 봅니다. 각자 지금까지 겪은 최고의 팀과 최악의 팀을 이야기하고, 무엇이 그 팀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같이 파헤치고, 거기서 나온 패턴을 지금 팀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으로 바꿉니다. 위에서 내려주는 게 아니라 토론해서 합의하는 거죠. 누군가 규범을 어겼을 때 어떻게 할지도 미리 정해두고(매니저가 어긴 경우 포함), 잘 보이는 곳에 적어두고, 가끔 다시 들여다봅니다.

하나만 덧붙이자면, 처음에는 3~5개로 시작하세요. 규범은 습관이 되어야 작동하는데, 습관 열 개를 한꺼번에 들이는 사람은 없습니다.

무너지는 지점
#

규범을 가장 빨리 죽이는 건 규범을 무시하는 리더입니다. 제가 바쁘다는 핑계로 안건 규칙을 건너뛰면 팀은 바로 알아챕니다. 그 순간부터 전부 연극이 되죠. 규범의 문구보다 책임자의 일관성이 훨씬 중요합니다.

그 밖에 조심할 함정도 몇 가지 있습니다. 신규 입사자가 규범을 온보딩에서 명시적으로 듣는 게 아니라 구전 설화처럼 주워듣게 되는 것, 글로벌 팀에서 내 기준이 모두의 기준이라고 착각하는 것(암묵적인 전제일수록 명시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요식 행위로 여기는 사람들. 마지막 경우엔 설교가 아니라 규범 만들기에 직접 참여시키는 게 제일 잘 먹힙니다.

규범이 어디서 강화되는지 알아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고성과 팀 연구에서는 같은 세 가지 습관이 반복해서 발견됩니다. 제대로 된 킥오프, 정기적인 원온원, 그리고 회고. 합의가 만들어지고, 시험받고, 조용히 갱신되는 곳은 그런 자리지 정책 문서 안이 아닙니다.

규범이 마법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Google의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지금까지 제 경험과 같습니다. 팀이 함께 일하는 방식이 멤버 구성을 이깁니다. 그래서 우리 팀 규범은 짧게 유지할 생각입니다. 합의 몇 개를 모두가 보는 곳에 적어두고, 현실과 안 맞으면 고치고요. 정착했는지는 6개월 뒤에 물어봐 주세요.